경남도와 복지부의 짬짜미?…"의구심만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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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와 복지부의 짬짜미?…"의구심만 더 커져"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4.12.0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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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보좌진들, 권준욱 국장 만났지만 허탈감만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승인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 진주의료원 건물 및 의료장비 활용계획안'에 대한 복지부의 승인이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중반을 넘어선 시각. 갑자기 야당 의원들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복지부가 경상남도의 용도변경 협의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보좌진들을 통해 의원들에게 전달된 것인데, 이런 사실은 경남도가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지됐다.

"무력감을 느낀다." 복지부가 경남도에 보낸 공문은 국장(권준욱 공공의료정책관) 전결로 돼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상임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내뱉은 말이다. 김 의원은 급기야 2차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실 보좌진은 곧바로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그러나 짧은 전화통화만 가능했지 권 국장을 만날 수 없었다. "회의가 있다"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되는 날인 8일 오후 야당 보좌진들은 권 국장과 마주할 수 있었다. 김 의원의 단식은 벌써 나흘째에 접어들었다.

보좌진들은 용도번경 승인 내용과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경남도가 협의요청으로 보냈다는 공문에는 도시관리계획(신설) 상 진주의료원을 종합의료시설에서 공공청사(경남도 서부청사)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서부경남지역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포함돼야 한다는 복지부의 보완요구는 진주시보건소 청사 1층 입주로 채워졌다.

또 국비지원 의료장비 2014점을 도내 의료원, 도립병원, 보건소 등에 무상양여하고 사용 불가 장비는 공개매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야당 측은 이미 지난 국정감사에서 경남도의 이런 요구는 보조금관리법(기재부 소관)에 위반된다며, 승인요청을 거절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럼 권 국장은 무슨 말을 했을까. 우선 경남도의 건물 및 의료장비 활용계획안이 서부경남지역 주민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고 했다. 충분히 검토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처음 문 장관에게 보고했을 때는 우려를 표했는 데 두 번째 보고에서는 장관도 수긍해 전결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는 과정에서도 국정조사 특위까지 가동했던 국회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야당 보좌진들을 허탈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한 보좌진은 "승인결정 번복은 불가한 것이냐"고 채근했다. 권 국장은 "경남도가 활동계획안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추후 검토해서 철회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경남도의 활용계획안은 2015년 중 실제 시행된다. 이행여부를 추후 검토한다는 의미는 내년말이나 내후년 초순경에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그 때는 이미 건물 리모델링이 한창 진행된 상황이어서 되돌리기 어렵다. 이 보좌진은 "결국 승인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보좌진은 "기재부에서 보조금관리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이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추궁했다. 권 국장은 "기재부에 수차 유권해석을 요청했는 데 답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기재부 의견을 공식적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 승인을 감행했다는 얘기였다. 권 국장은 이번에도 "만약 기재부가 법 위반이라고 하면 검토한 뒤 철회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보좌진은 "기재부가 일부러 답변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복지위나 기재위 차원에서 기재부에 의뢰해 유권해석을 신속히 받는 수 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또다른 보좌진은 사견인 지, 공식 입장인 지 불명확한 권 국장의 말에 숨이 막혔다고 했다. "(이 문제를) 올해안에는 정리하고 싶었다."

그는 "정황상 경남도의 협의요청 내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 짬짜미했다는 의구심만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긴급 회의를 가진 뒤,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민 건강과 복지를 지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의지도 없는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사퇴하라"는 내용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 주 열릴 대정부질문에서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승인 문제를 정면 제기할 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오늘(9일)도 닷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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